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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 2026.10.25 · 6분

AI로 일이 빨라졌다는 사람은 많은데, 결과물은 늘지 않았다

한국 직장인 5,512명 조사에서 AI로 아낀 시간과 늘어난 결과물은 거의 관계가 없었다. 빨라진 시간은 여유와 확인 작업으로 흩어졌다.

AI 도구를 들이고 한 달쯤 지나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확실히 빨라졌어요.” 그런데 월말에 돌아보면 올린 상품 수도, 쓴 글 수도, 끝낸 일의 양도 그대로입니다. 빨라진 시간은 분명히 있었는데 그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일하는 사람 둘 중 하나가 쓰지만, 줄어든 시간은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한국은행 소속 연구자 두 명(Donghyun Suh, Samil Oh)은 2025년 한국 취업자 5,512명을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를 표본 틀로 삼아 뽑고 설문했습니다. 일에 생성형 AI를 쓴다는 사람은 51.8%였습니다. 조사 직전 주에 실제로 AI를 쓴 사람들의 근무 시간은 평균 3.8% 줄었습니다. 질문 방식이 눈여겨볼 만합니다. ‘AI로 얼마나 아꼈냐’를 통째로 묻지 않고, 자기 직무의 업무를 하나씩 고르게 한 뒤 업무마다 한 주에 몇 시간이 바뀌었는지 적게 했습니다. 막연한 체감보다 덜 부풀려지는 방식입니다.

분포를 보면 평균 뒤에 가려진 모습이 드러납니다. 사용자의 약 50%는 일에 걸리는 시간이 거의 변하지 않았고, 일부는 20%가 넘게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시간이 늘었다는 사람도 적지만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것을 도구를 익히는 비용, 지시문을 쓰고 고치는 수고, 기존 업무 흐름과 맞추는 마찰로 해석합니다. 도구를 ‘들였다’는 사실만으로 시간이 줄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가로축은 근무 시간 변화(%), 세로축은 비율인 막대그래프. 변화 없음 구간 막대가 가장 높고 시간이 줄어든 쪽으로 낮은 막대가 길게 이어진다.
AI 사용자의 근무 시간 변화 분포, 대부분 ‘변화 없음’ 근처에 몰려 있다 · 출처: Suh·Oh, 그림 6

아낀 시간과 늘어난 결과물 사이에는 관계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 연구가 정말 묻고 싶었던 것은 시간 다음입니다. 응답자에게 AI를 쓰기 전 자기 업무량을 100이라고 하면 지금은 얼마인지 물었습니다. 시간을 많이 아낀 사람이 결과물도 많이 늘렸다면 두 숫자는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데 둘의 상관계수는 0.008로, 사실상 관계가 없었습니다. 나이·학력·직업·업종을 통제해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결과물이 오히려 줄었다는 사용자도 36.1%였고, 그중 40.4%는 아직 AI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연구진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해야 할 양이 정해진 직장에서는 빨라진 만큼 더 만들 이유가 없으니, 사람들은 아낀 시간을 일하는 도중의 여유로 가져갑니다. 실제로 근무 중 쉬는 시간의 비중은 1.3%포인트 늘었고, 시간을 많이 아낀 사람일수록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다만 이 숫자들은 모두 본인이 답한 값이고 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한 사람이 매출을 책임지는 사업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빨라진 시간은 확인과 뒷정리에 먹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사용성 연구 기관 닐슨 노먼 그룹(NN/g)이 UX 실무자 521명에게 물은 최근 설문은 시간이 사라지는 또 다른 길을 보여 줍니다. 응답자들은 AI가 업무 시간에 준 영향을 5점 만점에 4.2로 매겼습니다. 3이 ‘차이 없음’이니 꽤 빨라졌다는 뜻이고, AI를 쓴 업무마다 대부분이 빨라졌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AI를 쓰는 기분은 5점 만점에 3.57로 ‘약간 긍정’에 그쳤습니다.

설문 끝의 자유 응답에는 226명(43%)이 글을 남겼고, 그중 69%에 부정적인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이유는 믿기 어려운 결과물과 그것을 확인하는 부담이었습니다. 회사가 AI 사용을 지시하고 사용량을 재니 보여 주기식 사용이 늘었고, 그렇게 쏟아진 결과물을 누군가 다시 고쳐야 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AI 덕분에 빨라졌다고 말한 61개 댓글 가운데 26개가 동시에 부정적인 감정을 담고 있었다는 점도 같은 그림입니다. AI 도입을 가로막는 이유로도 결과물 품질(54%)과 데이터 보안(50%)이 가장 많았고, 걸림돌이 없다는 사람은 9%뿐이었습니다. 의견이 강한 사람이 댓글을 더 남기는 경향이 있어, 이 비율을 전체 응답자의 생각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연구진도 적고 있습니다.

효과는 몇몇 업무에 몰려 있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서는 작았습니다

두 조사는 AI가 잘 듣는 자리도 비슷하게 가리킵니다. 한국 조사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줄어든 업무는 문제 해결·데이터 분석(11.8%)이었고, 한 사람이 아낀 시간 가운데 약 70%가 가장 많이 아낀 업무 하나에서 나왔습니다. AI가 모든 일을 고르게 빠르게 하는 도구라기보다 특정 병목 하나를 푸는 도구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고객 불만 처리처럼 사람의 맥락 판단이 필요한 일에서는 오히려 시간이 늘기도 했습니다.

NN/g 조사에서도 AI를 자주 쓰는 일은 코드 작성(73%), 자료 조사(69%), 자기 연구 데이터 분석(67%)이었고, 사용자 인터뷰(61%)와 사용자 테스트(51%)에는 AI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인터뷰 질문지는 AI가 써 줄 수 있어도 사람과 마주 앉는 시간 자체는 줄지 않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사업으로 옮겨 보면 상세페이지 초안, 광고 문구 변형, 판매 데이터 정리는 빨라지기 쉽지만 고객 상담과 클레임 대응은 그만큼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는 빨라진 시간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NN/g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작은 팀입니다. 혼자 또는 아주 작은 팀에서 일한다고 밝힌 7명 중 5명은 순수하게 긍정적인 댓글을 남겼습니다. 사례가 적어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유는 짐작할 만합니다. 사용을 강요하는 윗선도, 남이 만든 AI 결과물을 대신 고칠 일도 없으니 아낀 시간을 어디에 쓸지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응답자의 에이전트형 AI 사용 비율이 85%로 가장 높았던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힙니다. 연구진은 일이 빨라지기만 한 게 아니라 더 나아졌다고 말한 사람들이 아낀 시간을 다시 일의 품질에 쏟은 사람들이었다고 정리합니다.

한국 조사와 겹쳐 보면 질문이 바뀝니다. ‘AI로 얼마나 빨라졌나’가 아니라 ‘빨라진 시간을 무엇으로 바꿨나’입니다. 혼자 사업하는 사람이나 작은 팀은 정해진 양만 채우면 되는 직장인과 달리, 아낀 시간을 새 상품이나 글, 고객 연락으로 바로 바꿀 수 있는 자리에 있습니다. 다만 확인 없이 내보낸 결과물은 나중에 누군가의 시간을 다시 잡아먹는다는 점도 두 조사가 함께 보여 줍니다.

AI가 아껴 준 시간은 저절로 결과물이 되지 않으니, 그 시간을 어디에 다시 쓸지 먼저 정해 두어야 합니다.

출처와 검증 범위

  1. 01AI in UX: Work Is Faster, But Practitioners Have Mixed Feelings · Nielsen Norman Group (Maria Rosala, Rachel Banawa) ↗UX 실무자 521명 설문의 시간 절약·감정·자유 응답·도입 걸림돌·작은 팀 숫자 확인. 2026-10-23 발표, 그림은 쓰지 않음.
  2. 02Generative AI and the Reallocation of Time: Productivity, Leisure, and Fulfilling Work · Donghyun Suh, Samil Oh (한국은행) ↗한국 취업자 5,512명 설문의 사용률·시간 절약·결과물 상관·근무 중 여유·업무별 절약 확인. 그림 6·10 사용(CC BY 4.0). 2026-02-13 arXiv 공개.
원문 발표일
2026-10-23
원문 확인일
2026-10-25
자료 측정 기간
NN/g 설문 2026-08-24~2026-09-11 · 한국 취업자 설문 2025-05-19~2025-06-17
근거 유형
실무자 편의 표본 설문(521명, 자유 응답 코딩) + 국가 대표 표본 설문(한국 취업자 5,512명, 회귀 분석)
한계·미확인
두 조사 모두 본인 응답(시간·결과물 변화)에 기댄다. 한국 조사는 2025년 직장인 대표 표본이라 1인 사업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NN/g 조사는 UX 실무자 편의 표본이고 자유 응답은 의견이 강한 사람이 더 남겼을 수 있으며, 혼자 일하는 응답자 사례는 7명뿐이다. 한국 논문은 학술지 심사 전 공개본이다.